언제부터인가?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 묻혀가는 것들을 그저 바라보고 안타까워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 자괴감을 수반한 수많은 자책의 시간들 뒤로 언뜻 떠오른 위로의 말 한 마디.
그 여정의 많은 것들이 실은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나의 자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들.
그러한 나를 힐난하고 자책하는 과정이 인생의 성적표일 수 있다는 것.
진정 그것이 나의 잘못이든 주어진 환경탓이건 그리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나를 스쳐간 그 많은 사건과 인연들, 그리고 지금 직면한 이 많은 것들에 대하여 조금은 너그러워지고 싶을 뿐이다.
그 세월속에서 진정 내가 못했던 것, 그것은 바로 관용과 너그러움이었으며 그 내면의 바탕은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자책이었음을 직시하며 여기 짧은 단편 소설 한편을 그려봤다.
법학을 전공했으며 시와 글쓰기로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외형적으로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케이블방송 최다 출연을 기록하기도 했고 주식서적을 집필하면서 승승장구 하는 듯 했다. 사설펀드계열의 이사로 참여하면서 소액주주를 지원하는 단체의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 전념 하지 못하는 자신을 지켜보다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생활인으로써 생업에 종사한다지만, 지난 수 십 년간 전념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나를 찾는 성찰과 명상임을.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구도의 과정은 명상과 삶 모두를 위태롭게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진리는 삶에서 떨어질 수 없으며 모든 진실은 매일 부딪치는 일상의 삶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지금은 생계를 위한 직업에 종사하면서 좀더 심층적이고 과학적인 공부를 위해 심리상담치료학을 전공하고 있다.